미국 연준만큼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기준금리를 0.75% 올렸습니다.
최근 총리가 연속으로 바뀌는 등의 국가적인 흔들림이 있었지만, 두자리수 인플레이션과 싸우는데는 중앙은행의 흔들림은 없어보였습니다.
하지만, 0.75%를 올리면서도 영란은행 총재는 시장을 달래는 메세지를 내놨습니다. 궁극적인 금리 수준은 시장이 기대하는 것 보다는 낮을거라고 이야기를 하고, 영국은 이미 경기침체에 들어와있다는 말을 한 것입니다.
물론, 지금 두자리수인 인플레이션이 빨리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말함으로써 시장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강하다고 하면서, 금리 인상 속도를 잠시 늦추게 되더라도,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기준금리는 기존에 이야기했던 것보다 높을 것이고, 높아진 수준으로 더 오랫동안 기준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것과 상반되는 메세지였습니다.
두 나라가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거나, 영란은행과 연준이 자국 경제에 대해 가지는 인식의 차이에서 나온 메세지의 차이일 가능성이 물론 가장 큽니다.
하지만 상상의 펼쳐볼 수 있는 다른 이유는 중앙은행이 가지는 상황 인식의 차이보다는 시장과 소통을 위한 메세지 관리 스타일의 차이 관점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 영란은행의 솔직함
영란은행은 솔직하게 (?) 경기 침체가 왔고, 물가도 높은 상황을 그대로 메세지 속에 담았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기는 하지만, 경기 침체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고 금리는 어느 선에서 제한하겠다고 했습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를 모두 인정했으니,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뛰어가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고 한 것입니다.
사실 이런 영란은행의 입장은 조기 퇴진한 트러스 총리가 추구했던 것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도 있어서 눈에 띄입니다. 그런 탓인 지 어제 영란은행의 0.75%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트러스 총리가 감세 법안을 발표했을 때처럼 영국 파운드화는 2% 정도 폭락했습니다. - 미 연준의 영민함영란은행과는 다르게 미국 연준은 물가 잡기에 최우선을 두고, 아니, 오로지 물가 잡는 목표만을 보고 가겠다는 메세지를 내놨습니다. 여러 지표들과 전문가들이 미국의 경기침체를 예고하고 있지만, 연준은 경기는 여전히 탄탄하다거나, 아직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설사 경기가 일부 침체가 되더라도 물가를 잡기위한 금리 인상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메세지를 내놓은 것입니다.
연준의장이 직접 밝힌 경기 침체를 나타내는 신호도 애써 그 무게감을 낮추면서 말입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 중에 고물가라는 한마리가 너무 빨리 도망가고 있으니, 우선 그쪽으로 달려가서 한마리를 잡아서 다시 돌아와서 가까이 붙여놓고, 그때 나머지 한마리가 멀리 도망가 있으면 잡을 것이라는 것으로 보이는데, 연준은 경기침체라는 토끼는 도망은 커녕 아직은 내 옆에 딱 붙어있다고 한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금리 인상 속도를 잠시 늦출 거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사실, 금리 인상 시작 초기에 "front-load"라고 초반에 크게 인상하고 나중에 조금씩 올린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그만큼 연준은 전략적으로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 Nonfarm payroll이 좋게 나오면서 연준의 큰 폭의 금리인상에는 힘이 실린 듯 합니다.
그럴수록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도 힘들어질 수 있을텐데요. 만약에 10월 CPI도 높게 나오고, 금리 인상 속도를 0.75%가 아닌 0.5%로 늦춘다면, 그만큼 시장이 흥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연준의 메세징 관리가 강해지겠지요.
미국과 영국 ... 비슷해보이면서도 굉장히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의 시장과의 communication 방식의 차이가 양국의 자동차 운전하는 방향 만큼이나 다르게 느껴집니다.
* 이전 관련글들입니다.
미국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 (yield curve inversion) 되었습니다.
영국의 새로운 총리로 Rishi Sunak이 사실상 선출되었습니다.
미 연준이 11월 이후의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과의 소통을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영국 치킨게임 상황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 9월 CPI 발표 후 환율과 국채금리는 급등하고 금가격은 폭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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