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자의 물을 데워서 따뜻하게 마실려고, 가스레인지에 올려서 데우다가 100도를 넘으면 기체로 변해서 날라가버리면 컵에 부을 수도 없게 되고, 반대로 식혀서 시원하게 마실려고 냉동실에서 넣어뒀는데, 지나치고 오래두면 얼어버려서 주전자 내에서 얼어버려서 컵에 부어서 마실 수 없게 됩니다.
이런 끓는 점과 어는 점 같이 어떤 수준을 넘기면 물은 액체에서 기체로 또는 액체에서 고체로 바뀌면서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되지요.
이처럼 뭔가가 임계점을 넘어서면 우리가 생각지 못하는 일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경험상으로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이나 지식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학교에서 유가가 낮아지면,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고 기름 한방울 안나는 한국같은 나라에게는 좋다고 배웠습니다. 싼 에너지로 제조비용을 낮추고, 수출 가격 경쟁력이 생기니깐요. 하지만, 2020년 코로나가 터지고 유가가 마이너스 가격을 나타낼 정도로 급락을 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중동에서의 건설이나, 유조선 같은 것들의 발주가 안나오면서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즉, 유가가 낮아도 어느 정도까지만 낮아야 도움이 되는 것이고, 어느 수준이하로 떨어지면 오히려 한국 경제에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수준"이 바로 임계점이었던 셈입니다.
환율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원화가 미국 달러에 비해 싸지면,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좋아져서 더 많은 수출을 하게 되고,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에게는 좋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1달러당 1,400원이 넘어서면서 이제는 외환 위기를 걱정하고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거기에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입장에서 원화가 지나치게 평가절하가 되니 수입 물가가 높아져서 수출 경쟁력도 생각만큼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환율도 임계점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기존에 그런 지식들을 배울 때와는 다른 환경들이 생겼고,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어떤 특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몇몇 일들은 역사적으로 임계점을 넘어서는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역사적인 사례를 찾아서 전문가들이 한참을 설명하곤 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어제 FOMC가 0.75% 금리를 올린 것도 어쩌면 임계점에 도달해가는 환경을 만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이렇게 단기간에 금리를 빠르고 큰폭으로 올린 적은 없다고들 합니다. 그것도 시장에서 주식에 치명적이라고 하는 수준인 4%까지 금방 달려왔습니다.
그래서, 시장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도 지금부터는 투자자들이 이성적인 행동을 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매매를 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극도로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패닉셀링, 민스키 모멘트 같은 무시무시한 말들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 금리로 인한 "임계점"이 어디까지인 지는 모르는 상황입니다. 금리를 올리면 인플레이션이 잡힐 거라는 연준의 생각은 과연 어떤 임계점을 지나도 그대로 맞는 논리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이번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공급이 주된 원인이어서 고금리고 수요를 잡겠다고 그러는게 맞는 지도 알 수 없고, 어쩌면 어떤 임계점이 지나면 수요 감소보다는 공급을 담당하는 회사들을 왕창 망하게 해서 인플레이션이 더 올라갈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이번 한국의 레고랜드나 흥국생명 처럼 경제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딘가 약한 고리에서 가장 먼저 터질 것이고, 잘해서 거기까지에서 막으면 좋겠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전방위적으로 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긴,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경제에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고, 국방도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어딘가에 또다른 "임계점"을 넘어서는 것이 있는 지 봐야할 때인 이유입니다. 그저 괜찮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 임계점을 넘으면서 갑자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깐요.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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