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어제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3시간 넘게 회담한 것에 비하면 25분이라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회담의 시간이 양 정상간 회담의 의미를 퇴색할 수는 없을 정도로 중요한 회담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시진핑 주석이 캐나다 틔뤼도 총리와는 10분간 만났다고 합니다.ㅠㅠ
예상대로 윤석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에 나서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시진핑 주석은 남북 관계부터 먼저 개선하라고 하면서 간접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사실 이미 중국의 입장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기 때문에 별로 놀랍지는 않은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장 크게 갔던 부분은 시진핑 주석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한 부분이었습니다.
"다자주의"라는 말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에 러시아에게 전세가 좋았을 때 공식적으로 썼던 말이었습니다. 미국이 독점하는 세상이 끝나고 여러 축(multi-polar)이 중심이 되어 돌아가는 세상이 왔다고 선언하면서 사용 했던 말인데요. 물론 푸틴이 그랬을 때는 러시아가 적어도 한 축이 될 거라는 자신감에서 한 말이었겠지요.
러시아가 쇠락하고 있는 지금, 중국이 이제는 다자주의를 공식적으로 내세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여기서 "다자주의"라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습니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려고 한다, 아니면, 적어도 중국이 미국에 대항한다라는 관점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미래에 몇년도가 되면 중국이 미국 GDP를 넘어설거라는 등의 이야기가 많고, 군사력도 어느 시점에 되면 역전될거라는 말도 많았습니다.
그런 관점을 의식한 것인 지는 모르지만,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바이든 행정부까지의 대중국 정책을 보면 중국을 아예 싹을 짤라버리려는 정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가 시작한 무역 전쟁이 그랬고, 바이든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도 그렇고, 대만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못 미치도록 군사적 개입을 강조하면서 대만을 지키려는 미국 중심의 군사동맹들도 그런 맥락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굉장히 멀리 본다는 것인 것 같습니다.
물론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시진핑 자신의 성과로 뭔가를 하려는 조바심이 보일 때도 있지만, 중국은 역사상으로 보면 서방에 점령당했을 때도 홍콩이나 마카오 정도는 백년을 서방에 조차해주는 정책을 취했고, 그 백년이 지나고 난 뒤 돌려받은 지금은 서방에서 홍콩에 키운 것들을 누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중국이 가지는 장기적인 관점은 꼭 염두에 둬야하는 것 같습니다.
시진핑이 말하는 "다자주의"라는 것도 지금 당장은 미국을 중국이 대체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고, 괜히 대체하려고 했다가는 더 멀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미국을 대체"하는 전략보다는 "미국과 공존"라는 전략을 택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런 "다자주의"에 대해서는 미국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듯 합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 직후에 바이든도 양국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경쟁"이라는 말을 많이 썼던 것을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미중 양측 모두 "경쟁"은 하되 충돌이나 파국은 원치 않는다거나 그 경쟁이 제로썸 게임이 아니라는 말을 한 것을 보면, 누가 누굴 이기고 대체하고 이런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을 전제로 한 말로 받아들여지거든요.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일단은 많은 국가들이 인정하는 미국과 동등한 수준이 먼저 되는 전략을 취하는 것 같습니다. 그 뒤에 추후를 더 도모할 수 있겠지요. 즉, 지금 바로 승부를 보는 것보다는 시간이 한참 더 걸리겠지만, 더 실현 가능한 전략이라고 인식한 듯 합니다.
그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중국은 미국 못지 않은 동맹 체계나 그에 준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자신들에게 호의적으로 지낼 파트너 국가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은 상하이 개발회의나 BRICS 등을 꾸준히 넓혀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그런 면에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또 다른 국가, 예를 들어 인도 같은 국가를 키우지 않을까 싶기고 합니다.
여하튼 중국이 바라는 다자주의를 위한 파트너 체계 구축의 맥락에서 보면 지정학적 위치나, 중국이 가장 갈망하는 반도체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한국은 더없이 좋은 상대이고, 중국에게는 단순히 선호하는 파트너 이상일 것입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국 정부는 이런 시진핑의 다자주의 관련 동참 요구를 "미국을 버리고, 중국을 택하라."라는 메세지로 받아들이면 안될 것입니다. 적어도 "중국을 멀리하지 마라." 라든가 "중국을 미국과 같이 대해 달라."라는 메세지로 받아들이고, 이를 조용히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겠습니다.
한국은 북한의 존재때문에 친미 성향을 가지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을 우리의 우방으로 여기는 친미를 기본으로 깔고 가면서, 중국이 원하는 바와 필요한 바를 잘 인지하고, 미국과의 이해관계 속에서 잘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지금의 글로벌 상황은 한국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 이전 관련 글들입니다.
시진핑이 12월 중순이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남한에 미사일을 쐈고, 중국은 일본해를 침범했다고 합니다.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형국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에 대해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장비의 중국 수출 통제를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안보 협력 강화에 공감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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