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이 드디어 상장했습니다.
기대했던 따상은 아니지만, 공모가의 99% 오른 가격에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외인들이 던지기 시작했고, 연기금이 이 물량들을 받았다고 합니다.
외인들이 추정 매도 단가가 51만 5586원이고, 연기금의 추정 매수 단가가 52만 6869원이어서, 연기금이 더 비싼 가격에 매수하면서 종가 대비 총 875억을 손해봤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LG엔솔을 매집하기 위해 연기금은 다른 대형주들을 매도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1763억원 어치, SK하이닉스 610억원 어치, LG화학 633억원 어치 등을 순매도한 것이 근거라고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안 그래도 미국 때문에 한국 증시가 주가 하방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연기금이 추가적인 하락을 부추겼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그런 행태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사실 "LG엔솔을 매수하기 위해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대형주를 팔았다."라는 것이 현 미국 시장을 비롯한 그동안 많이 올랐던 시장에 주는 시사점입니다.
나스닥을 예로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COVID가 터지고, 나스닥 지수는 6,631까지 폭락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하락이 시작되기 전인 작년 11월에 16,212을 기록했습니다. 개별 종목도 아니고 지수가 140%이상 오른 것이지요.
폭등 장세 속에서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Trillion dollar짜리 시가 총액을 기록하는 회사들이 나왔습니다. Apple, Microsoft, Google, Amazon 그리고 지금은 잠시 빠져있는 Tesla까지 줄줄히 Trillion dollar company가 나왔고, Apple은 3 Trillion dollar company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 회사들이 주는 꿈과 희망을 이야기했고, 실제 그 회사들은 실적과 비전으로 보답했습니다.
훌륭한 회사들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그 정도의 시총을 달성하려면, 그 정도를 지불하는 돈이 시장에 있어야하겠지요.
저는 이 부분에서 연기금의 LG엔솔 매수과정에 시사점이 있지 않나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연기금이 다른 대형주를 팔고 LG엔솔을 사야하는 과정에서 다른 대형주의 매도로 주가 하락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나스닥이 그렇게 급등하고, 많은 회사들이 multi-bagger가 되면서 trillion dollar 회사가 되는 과정에서 나스닥의 대부분의 회사들이 올랐습니다.
즉, 기존의 나스닥 시장 참여자들이 연기금처럼 다른 회사 주식을 매각해서 자금을 마련해서 LG엔솔을 사듯이 다른 주식들을 산 것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자금이 시장으로 대거 들어와서 대부분의 주식의 가격을 끌어올렸고, trillion dollar 회사가 된 Big Tech들이 그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았다는 것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뭐, 워낙 이런 유사한 이야기는 "유동성 장세"라는 말로 많이 하기도 했지만, 사실 피부에 와닿지 않거가, 그 장세 속에 있으면 "아직 끝나지 않았어.."라고 하면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인지 상정이겠지요.
심지어 주식 시장이 하락하는 징조가 몇차례 나타나더라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실적이 훼손되지 않았다거나, 미래 전망이 바뀐 게 없다는 이유로 주가 하락에는 근거가 제대로 없고, 일시적이라는 말들을 합니다. 물론 맞을 수 있습니다. 아니, 맞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본격적인 하락 이전에 몇차례 그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으니깐요.
어제 FED가 애매모호하게 말한 부분이 있지만, 적어도 방향성은 그렇게 거의 공짜에 가깝게 풀렸던 막대한 돈을 거둬들일 것이고, 남아있는 돈도 비싼 이자나 기회 비용을 들여서 투자해야되는 돈이 될 거라는 말을 한 것입니다.
FED는 어찌 보면 우리에게 역금융장세가 올 것이라고 알려준 셈입니다.
그렇게 자금 사정이 되어가면, 기업의 실적과 전망이 아무리 좋아도 매수자 입장에서는 여력이 없어집니다. 그것은 주가 하락을 가져오겠지요.
아직은 그 회사의 실적과 미래를 믿고 떨어질 때 사려는 매수세와 자금을 빼려는 매도세가 공방을 벌리는 형국이 느껴집니다. 이것은 역금융장세 초반에 일어나는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지금 같이 아직 고가권에서는 매도세가 클 때는 떨어지는 폭이 크겠지요. 매도 물량이 많은 사람이나 기관은 팔고 싶을 때 파는 것이 아니라, 팔 수 있을 때 파는 것이니깐요. 즉, 한번에 매도로 던져지는 물량이 평소보다 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아주 장기적으로 보면, 다시 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이 돌아오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그러면 그때는 "자, 봐라. 결국 믿고 기다리면 오르는게 주식이야."라고 하겠지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수차례 경험했으니깐요. 다만, 버틸 수 있는 자금으로 들어가야한다는 것과 한두 종목이나 섹터에 몰빵하지 말라는 것이 전제가 되면 다시 그 시점이 왔을 때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번 쯤은 제레미 그랜섬 같은 사람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보시길 바랍니다.
2022.01.21 - [투자/시황] - 제레미 그랜섬(Jeremy Grantham)이 시장 폭락을 경고했습니다.
이 사람이 틀린 적이 많다, 그래도 이 사람은 자기는 주식 안 팔았어... 라는 말도 많지만, 경고를 참고해서 나쁠 건 없을테니깐요.
그리고, 우라가미 구니오가 설명했던 역금융장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참고해보시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2022.01.09 - [투자/공부] - 주식공부 - 역금융 장세에 대해 다시 읽어봤습니다. (ft. 주식 시장 흐름 읽는 법 - 우라가미 구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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