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러 강세 국면에서 영국 파운드화나 중국 위안화 환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일본 엔화 약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120대나 130대를 넘을 때까지만 해도 설마 설마...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2022.06.08 - [투자/환율] - 일본 엔화 환율이 장중 133을 돌파했습니다.
2022.04.28 - [투자/환율] - (환율) 미국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30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중앙은행은 물론이고 일본 정부조차도 엔화에 대한 방어의지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엔화환율을 140을 뚫고 급기야 150을 넘겼습니다.
2022.10.21 - [투자/환율] - (환율) 일본 엔화 환율이 결국 150을 돌파했습니다.
150이 되자, 일본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10.22 - [투자/환율] - (환율) 일본 엔화 환율이 강세로 돌아섰습니다.
지금으로서는 150이 일본 정부가 생각하는 마지노선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물론 , 150이 뚫리면 160 또는 170 등으로 2차 마지노선이 또 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ㅠㅠ
여하튼, 일본 정부는 주로 미국 달러 표시 자산, 즉, 국채를 주로 팔아서 달러를 조달하고, 엔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엔화가 강세로 비정상적으로 크게 돌아서는 날에 미국채, 특히, 일부 장기채 수익률도 비정상적으로 크게 뛰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국가 부채 규모가 엄청나서 이자 지급 등을 위해 계속 부채를 더 발생시켜야하는 상황이고 , 대부분의 국채를 다른 선진국가와 달리 중앙정부와 은행 그리고 자국민들이 대부분 보유하고 있어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수가 없기 때문에, 미국 국채를 팔아서 엔화를 방어하는 방식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약화된 엔화를 기반으로 수출이 급증하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다소 숨통이 트일 수도 있겠지만,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원자재를 수입하는 입장에서 특히 에너지 수입 금액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오히려 무역 적자가 계속 되는 상황이어서 문제입니다.
미국 국채 매각으로 엔화 방어에 한계가 오면 결국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하고, 아시아에 금융위기가 올 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 금리 자체를 0.25%에서 제어하는 YCC (Yield Curve Control) 정책을 일본 중앙은행에서 포기할 지는 지켜봐야합니다. 아직까지는 절대적으로 고수할 것처럼 보이거든요.
환율에 대해서 금리, 경제 성장 등의 논리로 설명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는 일반적으로 맞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특별한 상황이 되면, 각국들이 모여서 조절하는 형태로 인위적으로 조절한 경우들도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자기들이 불리한 상황이 되면 그렇게 되도록 주도를 했었지요. 플라자 합의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이 미국국채 대규모 매각으로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는 설도 돌고 있습니다.
일본이 미국 국채 매도로 엔화 방어 한계에 봉착하면, 금리 인상 이외에 내놓을 또다른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대외 무역의 50% 정도가 달러로 결제된다도 합니다. 생각보다는 낮은 비중이지만, 그래도 지금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엔화의 무역 결제 비중을 대거 높이는 시도를 해서 성공한다면, 미국 국채를 지금 처럼 안팔아도, 금리를 안올려도 엔화 환율 방어가 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각국의 무역결제를 위한 엔화 수요를 높여야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한다면, 일본이 많이 수입하는 주요 고객인 경우부터 엔화로 바꿔나가는 것이 빠르겠지요. 일본에 수출을 하는 나라로서는 아직까지는 안전자산으로 인정받는 엔화를 확보하고, 지금 초약세 상태인 엔화가 추후에 강세로 전화되면 이익을 볼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만 없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입니다.
물론, 무역 결제에서 달러를 엔화가 대체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미국이 미국채 매도보다 더 싫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적인 문제만 없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금융 위기를 논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고, 중국 위안화에 세계 무역 결제에 사용되는 비중이 점점 밀려가는 상황에서 한번쯤 고려해볼만한 것 아닌가 싶은 상상도 해봅니다.
달러만이 국제 결제 화폐로 통용되는 분위기에서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나서서 다극화를 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서, 일본도 같은 화폐 전쟁에 뛰어들 지 주목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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