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캐나다 총선에서 낙태를 이슈화해서 톡톡히 재미를 봤던 자유당에서 다시 보수당의 리더인 에린 오툴(Erin O'Toole)낙태 문제에 대한 입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총선 때 보수당 리더였던 앤드류 쉬어가 시종일관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해서 곤욕을 치뤘었지요.
이번에는 보수당의 선거 플랫폼에서 의료인들의 conscience rights를 보호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한 공격으로 낙태 문제를 다시 이슈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번에 쉬어는 종교적인 이유로 개인적으로는 태아의 생명을 존중하는 pro-life였고, 정치적으로는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는 pro-choice였다고 밝혔습니다. Pro-choice라고 정치적인 입장만을 밝히던 트뤼도도 어떤 한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종교적인 이유로 pro-life라고 말하기도 했었지만, 언론은 앤드류 쉬어만 비난했던 느낌이 있습니다. 생각은 같지만, 대처를 잘못했다고 비난 받기도 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초반부터 다시 낙태 문제가 제기되자, 이번에 새로 보수당 리더로 선거를 치루고 있은 에린 오툴(Erin O'Toole)은 우선 자신은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는 Pro-choice라는 점은 반복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보수당 선거 플랫폼에 의료인들의 conscience rights도 선체 캐나다 국민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측면에서 존중하겠다고 되어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에 단호하게 오툴은 두가지가 충돌나는 사항이 아니라 balanced approach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양쪽 모두도 캐나다인들이기 때문에 자신은 모든 이들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I'm pro-choice,' O'Toole says as abortion issue emerges on the campaign trail
https://www.cbc.ca/news/politics/erin-otoole-pro-choice-conscience-rights-1.6146200
참고로 conscience rights는 개인적인 신념 혹은 종교적인 신념에 따라 특정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의사가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을 직업적인 의무 사항보다 우선 시 하여 낙태 시술을 거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사한 경우로 의료적으로 안락사를 하는 경우입니다.
아래 CTV News clip을 보면, 에린 오툴의 이런 "balanced approach"에 대해 기자들이 계속 물고 늘어집니다.
'Pro-choice' O'Toole vows to also defend conscience rights of medical professionals (5분 50초)
저는 개인적으로 에린 오툴의 의견이 지금까지 낙태 문제에 대해서 캐나다 정치인이 표현한 의견 중에 가장 와닿습니다. 개인의 이데올로기적인 지향점인 Pro-choice냐 Pro-life냐의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으로 Pro-life인 의료인들의 종교적인 신념으로 인해 의료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감안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캐나다에서는 낙태문제를 보는 시각은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의 문제"라는 시각으로 결론이 난 상황입니다. 사실 정치적, 사회적,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그렇게 된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렇게 결론났더라도 본질적으로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태아의 생명 보호"가 충돌나는 문제라는 특성은 남아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는 한쪽으로 정치적으로 결론이 내려진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무조건 강요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아직도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그 이유가 개인적, 종교적인 신념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의 지난 정권과 총선에서의 문제는 낙태문제를 하나의 시각에서만 이야기를 하고,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또는 여성을 열등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낙인시켜버렸다는 것입니다. 낙태 문제를 여성의 선택에 대한 권리로만 인식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오해하지 말 것은 이미 캐나다에서 낙태는 합법으로 국회에서나 사회적으로 결론이 난 사항입니다. 그것을 뒤집자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pro-choice입니다. 안락사도 찬성하는 사람이구요.
다만 Pro-choice 기준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때 현실에서 문제가 발생해왔는데요. 이는 의료인 들 중에 자신의 개인적, 종교적인 신념에 따라 Pro-life인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은 놔둔 채 너무 정치적인 논쟁, 특히, 선거철에 잠깐 이슈화해서 표가르기만 하고 끝나는 경향이 있다는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 낙태를 원하는 경우에 의사가 거부하면 수술을 받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종교적인 base가 강한 지역으로 갈 수록 의사들이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낙태가 합법화되고,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해도 해주는 의사를 못 구해서 다른 지역으로 멀리 가거나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는 "법을 그렇게 정했으니 모든 의사들이 따라야한다." 전제 속에서 실제 낙태 수술이 여성의 권리가 보장될 만큼 가능한 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사실 의료 현장이나 시니어 케어 현장에서 환자들이 PSW나 간호사 혹은 의사까지도 선택적으로 거부하는 경우가 현장에서는 발생하고 있습니다. 드러내놓고 이슈화 하지는 않지만, 인종적인 문제, 종교적인 이유로 이성인 간병인의 케어 서비스를 거부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일 것입니다.
여하튼, Pro-choice냐 Pro-life냐의 논쟁은 이미 Pro-choice로 끝났으니, 그 결론에서 밀린 Pro-life인 의료인들의 권리를 생각해서 궁극적으로 낙태를 원하는 사람은 낙태를 할 수 있고, 의료인들의 conscience rights도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balanced approace에 대한 논의를 지켜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approach로 생각되니, 좋은 모델을 캐나다가 만들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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