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카니스탄을 떠나면서 아프카니스탄은 탈레반 치하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사실 그들의 치하로 다시 들어간 것도 놀랍지만, 탈레반이 아프카니스탄 정부에게 항복을 받아내고, 다시 정권을 잡아낸 속도가 더 놀랍다고 이야기들 합니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았던 미군 철수도 급박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뉴스에 나오고, 수도인 카불 공항에서 탈출을 위해 비행기에 사생결단으로 메달리는 모습이 방송되고, 급기야 미군이 발포를 해서 사망자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미국 내에서 비판 여론이 커지자 휴가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서, 대 테러전으로 시작한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의 목표는 달성했으니, 아프카니스탄 정부의 재건은 미국의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명분 없는 상태로 더 이상 미군을 남겨둘 수 없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철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Biden speaks after Afghanistan's government collapses (18분 34초)
https://youtu.be/vTbAyPIwctY
그리고, 탈레반 치하로 바뀐 아프카니스탄의 모습을 CNN의 여성 기자가 취재를 했습니다. 순수 이슬람 국가로의 회귀를 내세운 탈레반 정권에서 여성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취재 기자가 여자라는 것도 이 뉴스 클립을 주목받게 했습니다.
CNN reporter presses Taliban fighter on treatment of women (10분 22초)
https://youtu.be/RIw7smlkIaU
클립을 보시면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잘 나타납니다. 탈레반에 대한 아프칸 국민들의 공포만을 부각한 다른 언론과는 좀 달리 탈레반의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도 일부지만 전해주기도 합니다.
탈레반이 이슬람 국가의 재건을 내세우긴 하지만, 이미 미국이 주도한 서방 국가가 수립했었던 정부하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이미 교육을 받았고, 사회진출을 많이 한 상황 같이 여러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탈레반 조차도 통치 방향에 대해 혼란스러울 거라는 분석이 와닿는 듯 합니다.
아직은 탈레반은 여성들이 권리를 침해받을 일은 없을거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권리가 이슬람 법 테두리 내에서라는 단서를 달고 있고, 그들이 이슬람 율법을 극도로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그 말을 듣는 우리와 탈레반의 생각은 상당한 괴리가 있을 걸로 보입니다.
이쯤되면 다시 탈레반이 도대체 누구인 지 궁금해져서, 대충알았던 지식을 조금이라도 넓히고자 찾아봤습니다. 좋은 clip을 하나 찾아서 같이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 클립은 올해 (2021년) 5월에 알 자리자 방송에서 찍었던 "Who are the Taliban?"이라는 클립니다. ^^
Who are the Taliban? | Start Here (8분 55초)
https://youtu.be/ecUchA2NsB8
클립 요약입니다.
탈레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80년대의 아프카니스탄을 우선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1980년대 아프카니스탄 무장 그룹 무자헤딘은 소련과 9년 동안 긴 전쟁을 치릅니다. 전쟁을 치르는 돈과 무기는 서방에서 지원을 받았고, 미국 CIA 로 부터도 지원을 받았습니다.
1989년에 9년 간의 전쟁에 지친 소련은 아프카니스탄에서 별다른 성과없이 결국 철수합니다. 소련이 철수한 뒤 몇년간은 혼돈의 시기였고, 1992년까지 아프카니스탄 내에서 부족간의 극심한 내전을 이어집니다.
그런 혼돈의 시기를 지나면서 1994년 즈음부터 보수적인 이슬람교도들로 아프칸 수도인 카불로 진격해서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고자 하는 목적을 내세운 탈레반 (The Taliban)이라는 그룹이 주목 받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아프카니스탄 사람들은 무법 상태에 지쳐가고 있었고, 탈레반은 칸다하르 (Kandahar)를 시작으로 각 도시들을 다니면서, 자기들이 도시들을 다시 안전하게 만들어줄거라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1996년 결국 탈레반은 카불을 함락하고 이슬람 국가를 선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후 탈레반은 엄격한 이슬람 법 해석을 기반으로 통치를 하였고, 그에 따라 영화관람이 금지되고, 음악 청취도 금지되었으며, 여성의 학교 교육이 금지되고, 의사를 제외한 여성은 직장도 다닐 수 없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국가가 지정한 type의 옷만을 입어야하고, 심지어 특정한 type으로 수염을 길러야 했습니다. 그 뒤로 시간이 흐를 수록 그들은 더 엄격한 규제를 시행하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알카에다의 미국 테러는 탈레반을 국제적인 관심으로 만들어버립니다.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쫒던 미국은 그가 아프카니스탄에서 탈레반의 도움으로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탈레반에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고 요구했지만, 탈레반은 그가 테러의 배후라는 증거를 대라고 요구하면서 인도를 거부하게 되고, 결국 미국은 아프카니스탄 침공을 단행해서, 수개월만에 탈레반 정부는 전복하고, 새로운 정부를 설립해버립니다.
3년 뒤에 아프카니스탄에서는 새로운 헌법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대통령까지 선출해서 미국이 떠나도 독립적으로 아프카니스탄을 통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밀려 정권을 빼앗기고 퇴각했던 탈레반은 그런 일련의 일들이 진행되는 동안 외국 세력을 몰아내고, 다시 정권을 되찾으려고 자신들의 세력들을 재규합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은 엄청난 희생과 비용을 대가로 치뤘습니다. 4만명 이상의 아프카니스탄 국민이 사망하고, 6만 4천명 이상의 아프카니스탄 군인 및 경찰이 사망하고, 미군을 포함한 3천 5백명 이상의 외국 국인들이 사망했습니다.
비용도 막대하게 들어가서 미국이 쓴 비용만 보더라도, 전쟁비용으로 $815.7billion, 재건 비용으로 $130.5billion 등 약 $1trillion 비용을 지출했다고 합니다. 그런 희생과 비용 투입에도 불구하고 아프칸은 여전히 불안정했고, 아프카니스탄 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탈레반은 다시 순수 이슬람 국가로의 회귀를 목표로 집요하게 세력을 넓혀갔습니다.
탈레반은 85,000명의 정규 군인을 확보하고, 전국 곳곳에 군사 훈련 시설을 운영하였습니다. 2021년 5월 기준으로 아프카니스탄 전체의 20%를 장악하고, 절반 이상에서 영역 다툼에 개입된 상태였는데, 주요한 고속도로들도 탈레반이 점령해버렸습니다. 아프카니스탄 지역 특성상 고속도로를 통제하는 세력이 힘을 얻게 되어있어서, 주요 고속도로의 점령은 사람들이 어디를 가나 결국 탈레반의 영향권에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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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탈레반은 이미 정부의 형태로 잘 조직화되서 운영되고 있었고, 그 산하에 각 지역 담당자들로 일상의 업무까지 다루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특히, 당시에 사법체계가 붕괴된 아프카니스탄에서 탈레반은 이슬람 법에 근간을 둔 Sharia court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는 아프카니스탄의 사법 정의가 없어진 상황에서 중요한 기능을 제공하게 된 것을 의미했습니다.
탈레반은 경제적으로도 많은 부를 축적했는데, 2020년 기준으로 $1.5billion나 벌었다고 합니다. 사업의 내용도 기존의 아편 사업을 주로하던 것을 광산업 등과 수출 등 다양한 route를 통해 부를 축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자체적인 과세 체계도 갖추고 수입을 올린다거나, 외국 자본을 받게 되는 등의 모습은 국가 체계로 봐줄만 한 정도의 수준이 된 것으로 사실상 아프카니스탄에서는 2개의 정부가 존재하는 셈이 된 것입니다.
상황이 이쯤되자 국제 사회에서는 탈레반을 진압하기 보다는 탈레반과 아프카니스탄 정부간의 중재를 시도하기 시작합니다. 2018년에는 양측이 정전 상황까지 이르게 되는데, 탈레반 병사와 아프칸 정부군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같이 어울리기도 하고, 이슬람 종교 행사에서 기도도 같이 하는 등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평화로워보였던 이런 과정에서 실적적인 평화는 결국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서로 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 이유는 아프카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에 극도로 적대적이었고, 그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위험하게 하는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제 탈레반이 집권했습니다. 당분간 어떤 사건이 없는 한은 다시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킬 이유는 없을 듯 합니다.
미국 내에서는 실패한 전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을 따라 전쟁에 참여했던 서방 국가들은 현재의 사태에 대한 어떤 해결책을 내놓기 보다는 몇명을 난민으로 받아들이겠다고 경쟁적으로 선언하고 있습니다.
결국 명분없는 전쟁을 실패로 마무리한 정부들이 결국 국민 세금으로, 전체 아프카니스탄 국민 중 일부를 상징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으로 면피하려는 듯 합니다.
아프카니스탄은 파키스탄, 이란 등과 맞물려서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입니다. 여하튼 탈레반이 재집권했으니, 그들이 동맹을 키운다면 지역에서 큰 힘을 가질 수 있고, 다시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 집단이 아프카니스탄을 근거지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아프카니스탄의 미래에 대해 관심있게 봐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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