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카니스탄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전쟁 중의 하나가 끝난 것을 알리는 마지막 미국 비행기가 떠났습니다.
시작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었습니다. 9/11 사건의 배경으로 오사마 빈 라덴이 지목되었고, 그를 숨겨주고 지켜주는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카니스탄을 미국이 침공해들어가면서 전쟁은 시작되었습니다.
2021.08.18 - [뉴스 & 영어/기타 주요 뉴스] - 탈레반(The Taliban), 그들은 누구인가.
그때만해도 20년이나 미국이 거기서 전쟁을 하면서 주둔을 할거라는 생각은 아무도 못했겠지요. 물론 제 기억에 그 당시에도 아프카니스탄이 소련과 오랜 전쟁을 하고, 소련을 결국 내쫒은 것을 두고 미국도 만만치 않을 거라는 이야기는 많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전쟁은 부시 대통령 재임 중에 2001년부터 2009년까지 "Nation Building"을 목표로 진행했습니다. 즉, 아프카니스탄에 민주주의를 실현함으로써 더 이상 그 땅에서 테러리스트가 나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테러조직을 궤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서방 민주주의 국가 같은 나라를 건설해서 테러집단이 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부시 대통령의 외교안보에서의 확장 전략은 북한, 시리아, 이란 등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전선을 확대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원래 아프카니스탄에 들어갔던 핵심 이유였던 오사마 빈 라덴을 잡는다거나, 테러리스트들의 본거지, 양성지 등을 파괴하겠다는 것 등은 다소 희미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시 대통령이 금융 위기에 이어 물러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들어섰습니다.
그의 재임기간인 2009년에서 2017년에는 "Shifted Expections" 기간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훨씬 현실적이고, 정확하게 전쟁의 목표를 재정의합니다. 즉, 미국의 목표는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 집단을 제거하는 것이고, 아프카니스탄 국가의 재건은 아프카니스탄인들의 몫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논리적인 재정의 뒤에는 금융위기로 급속히 악화된 재정 상황도 한몫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오바마로서는 미국 국내 경제 문제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대규모 군비 지출을 줄여나가는 현실적인 전략을 택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지 2년이 조금 지났을 즈음인 2011년에 오사마 빈 라덴은 제거되었고, 원래 목표 중 가장 큰 것이 달성된 아프카니스탄 전쟁은 미국 전체 국가 안보 이슈에서 우선 순위가 떨어져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그때 철수 계획을 잡고, 일정을 차질없게 밀고 나갔으면, 전쟁은 승전으로 기록되고, 스마트한 전쟁으로 기억되었을 지도 모르고, 오늘날의 패전 분위기의 탈출은 없었을 거라고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미 우선순위가 떨어져버린 전장에 너무 많은 군인과 외교력이 투입되었지만, 결국에는 아프카니스탄은 스스로 자립하지를 못했기 때문이었기 때문입니다.
2021.08.20 - [뉴스 & 영어/미국뉴스] - 미국은 왜 오사마 빈 라덴을 죽였을 때 아프카니스탄을 떠나지 않았을까요.
오바마에 이어 들어선 비정치인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재임하면서 더 이상의 전쟁의 지속보다는 본격적인 철군을 준비하게 됩니다. 즉, "Planning Withdrawal" 기간인 셈입니다. 일단 자신의 임기 중에 철수를 완료한다는 목표로 아프카니스탄에게 항복 문서에 사인하듯이 별다른 조건이 없이 떠날 계획을 했던 것이지요. 미국 외교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인권 문제가 협상에서 빠진 것이 그런 이유일 것이라고 추정되고, 지금 철군하는 순간에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바로 아프카니스탄에 남은 사람들의 인권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부시와 오바마와 달리 단임으로 끝나버린 트럼프가 떠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11년에 취임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른 많은 트럼프의 정책을 뒤엎으려고 했지만, 아프카니스탄 철군 계획 만은 트럼프가 정한 것을 그대로 "Rapid Execution" 모드로 진행합니다. 물론 트럼프가 정한 일정인 5월에서 9월 이전으로 미뤄지긴 했지만, 실제 진행된 내용을 보면 rapid하게 보입니다. 그런 배경에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부통령을 지내면서, 아프카니스탄에 자립의 희망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라는 말이 많습니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중간 중간에 설명을 해준 대통령역사학자는 대통령 4명의 모습들을 보면서, "a success followed by a failure"라는 말로 아쉬움을 표현하면서, 4명의 대통령에 걸친 아프카니스탄 전쟁을 결론내렸습니다.
여하튼, 철군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고, 미국의 위상에 금이 가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프카니스탄에 남은 외국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는 탈레반의 위협은 물론이고 아프카니스탄 내에 있는 알카에다나 ISIS-K 같은 테러리스트들의 위협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야겠지요.
철군 이후에도 사람들을 지키고, 데리고 오겠다고 각국 정상들은 약속들 하고 있지만, 그렇게 말하는 어느 나라도 탈레반을 합법적인 정부라고 인정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진행이 될 지는 아직 불투명한 것 같습니다.
위 글은 아래의 BBC 뉴스 클립을 보고 적은 글입니다. 클립도 한번 보시면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From Bush to Biden: One war, four US presidents on Afghanistan - BBC News (5분 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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